『헝그리플래닛』, 피터 멘젤/페이스 달뤼시오/김승진/홍은택, 윌북, 2008

헝그리 플래닛헝그리 플래닛 - 10점
피터 멘젤 외 지음, 홍은택 외 옮김/윌북

비단 광우병 정국이 아니라도 2008년만큼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해는 없었던 것 같다. 이 쪽에서 내가 접한 책들은 주로'~의 역사'라는 식의, 한 가지 음식의 발전사 또는 전파사를 다룬 책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시각을 바꿔서 '지금 이순간' 전 세계의 먹거리를 다룬 책을 보기로 했다. 제목은『헝그리플래닛』, '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번역에 시차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2005년의 한 단면이다)

공동 저자인 피터 멘젤(사진가)과 페이스 달뤼시오(구성작가)는 부부로, 책날개를 살펴보니 꽤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몇 차례 공동으로 작업했다.(『물질 세계의 여성』,『벌레 먹는 인간』등) 이 책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책인 것 같은데, 달뤼시오의 구성작가 경력 탓인지 각각의 챕터가 짧은 TV 다큐멘터리 시리즈같은 느낌을 준다.

책의 짜임새는 간단하다. 24개국에서 서른 개의 전형적인 가정을 뽑아,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관찰한 기록이다. 달뤼시오는 서문에서 파푸아뉴기니에서 수렵 채집 생활을 하는 야스맛 족 아이가 생라면을 먹는 것에 충격을 받아 이 책을 기획했다고 밝히고 있다. 문명과 가장 멀리 떨어진 파푸아뉴기니에서조차 가공식품이 간식으로 등장하는 상황, 이 전세계적인 식생활의 변화를 멘젤과 달뤼시오는 30장의 사진과 글로 풀어냈다. 심지어, 400페이지를 넘는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면 서문과 차례의 컬러 사진 30장만 봐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중요한 게 한가지 더 있다. 달뤼시오 부부의 본문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편안하게 흘러가지만, 간간이 삽입된 에세이야말로 이 책의 백미다. 물론 다른 책에도 다 나오는 얘기지만, 본문의 사진과 이야기에 어우러져서 더 깊게 울린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것은 앨프리드 W.크로스비(이 사람의『수량화혁명』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가 취사의 역사와 의미를 고찰한 '굶고 삶고 볶고 튀기고', 그리고『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쓴 마이클 폴란의 도축에 관한 에세이인 '얼굴을 가진 음식' , 그리고 칼 사피나(처음 듣는 이름이다)의 '바다 윤리 세우기'다.

위의 에세이들을 읽고, 우리 가족의 식탁과 각국의 먹거리를 비교해 보자. 얼마나 많은 것을 먹고 있고, 그것이 과연 건강한 먹거리인지. 아토피환자가 점점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미국이나 유럽의 식생활 문제도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나아가서 버리는 음식 문화, 쓰레기의 문제까지 생각할 계기가 되면 좋겠다.

참, 내용 외에 대해 얘기하자면, 꽤나 정성들여 만든 책이다. 부록으로 나라별 개황이 나오는데, 전부 똑같은 통계가 아니라 나라별로 의미 있는 통계 수치를 제시하여 그것만 읽어도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중의적인 의미를 갖는 소제목들까지 신경써서 번역한 두 분 번역자, 깔끔하게 교정을 보고 끔찍하게 많은 사진까지 멋지게 편집한 편집자의 정성에 감사한다.

*그물읽기*
- 『도마 위에 오른 밥상』, 우석훈, 생각의 나무(2008, 보급판)
http://tabbycat.egloos.com2008-07-02T22:50:430.31010

by tabbycat | 2008/07/03 07:50 | 인문사회과학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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