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08일
제 사다리를 제가 걷어차다.
인수위 '산업은행 민영화 뜯어보니' - 한겨레신문 김진철 기자
산업은행 민영화"싱가포르 DBS, 獨 KFW가 밑그림" - 한국일보 최영윤 기자
어제 산업은행 민영화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나름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했는데...생각할수록 혼란스러워 그냥 접었었습니다.
현재 보도된 내용만으로 보면 산업은행을 5~7년에 걸쳐 민영화된 투자은행과 한국투자펀드(가칭 KIF)라는 공공법인으로 나눌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임기 내라는 생각이 앞서 성급하게 시행하는 것은 아닌지 참 걱정스럽습니다. 위의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 내에 "1차 매각 예정인 지분량이 49%임을 감안하면 지분 매수자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어 매력이 떨어지고,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정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은행들도 조만간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최대 규모의 국책은행 지분의 49%면 확실히 인수할만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겠지요.
이에 대해 곽승준 인수위원은“금산분리가 풀리지 않으면 산업은행 민영화 과정에 국내 연기금 등이 참여할 수 없어 외국 자본에 또 넘어갈 수도 있지 않겠냐”(산업은행·대우증권 묶어서 매각 민영화-한겨레신문 최우성기자 )라며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국내 연기금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금산분리를 완화하기 위해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는 것인지,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려다 보니 금산분리를 완화해야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인수위 안대로 금산분리 완화를 해서 연기금이 산업은행의 지분을 인수한 후, 프로그램매매로 야금야금 팔다보면 외국, 특히 중국계 자본이 최대 주주가 될 가능성은 없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저의 기우이길 바라지만, 만약 이럴 가능성이 있다면 보완대책은 무엇인지도 안 나와 있습니다)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산업은행 민영화할 경우 '한국투자펀드'를 통해 '온-렌딩On-lending 방식'으로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맨 위의 한겨레신문 기사를 보니 그동안 정부가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중소기업을 직접 지원한 것과 달리, 민간 투자은행과 함께 투자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지원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즉, 한국투자펀드를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더라도 과거 경제개발 시대와 같이 직접적인 금융지원은 불가하다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세계무역기구(WTO) 및 한미FTA에서 직접적인 정책금융을 문제삼을 소지가 있다고 해도, 우리 쪽에서 나서서 직접적인 정책 수단을 없애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민간 투자은행이라면 기업의 단기적인 이윤을 먼저 생각하지, 해당 산업의 발전이나 지역 균형 같은 것을 우선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정부의 정책 지원 없이 산업 발전이 가능할 만큼 선진국인 것도 아니고요.
아무래도 제 사다리를 제가 걷어차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무조건 공기업 민영화만 주장하기 전에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를 읽어보시는 것이 어떨지...
덧. 인수위에서 산업은행이 보유한 기업지분을 2009년에 투자은행 설립 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네요(산업은행 보유 '기업 지분' 내년 후 판다-서울경제신문 이철균 기자) 대우조선해양에 현대종합상사,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면면이 화려합니다. FTA 비준하면 국내 자본에 팔기 더 어려울텐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원래 사기업인 이 회사들 보유지분만 후딱 국내자본에 팔고 산업은행은 그냥 놔두면 좋겠습니다.
# by | 2008/01/08 22:07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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